오늘도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아 회사 뒷담화를 까고 있습니다. 할 말은 많죠. 하지만 정작 그분들 앞에 서면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저의 진심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순간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다. 곧바로 헤어 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직장생활은 뭐니뭐니해도 둥글게 둥글게 하는 것이 최고인가 봅니다.
1. 대화는 설득과 강요가 된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그분들은 “나는 보수적인 사람 절대 아니고, 열린 마인드야!”, “불만 있으면 솔직 담백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해보자!”,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서 풀수 있다.” 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견을 제기하는 순간, 저의 진심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순간부터 저를 설득하려고만 한다. 이미 그분들의 생각이 맞고 제 생각이 틀리다는 전제하에 대화가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도대체 내 의견을 듣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왜 내 의견이 잘못된 것이고 자신의 의견이 맞는 것인지 설득과 강요만 반복합니다.
남는 건 나는 항상 불만만 가득하고, 그분들 말을 안 듣는 모난 사람이 됩니다. 당연히 인사평가에도 반영되겠죠.
2.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묵묵히 시킨 일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조용하냐? 왜 의견을 안 내놓느냐”라고 종용하지만, 대화가 안 되는데 힘들게 말해야할 의미를 잃어가며 갈수록 말수가 줄어듭니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원하는 시키는 대로 불만 없이 복종하는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신입사원 시절 저의 사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고 직장생활은 둥글게 둥글게 해야 한다고.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분의 말이 맞았습니다. 반항의 결과는 항상 좋지 않았죠. 진심어린 사수의 충고를 무시했던 내가 바보였습니다.
살다보니 직장생활은 둥글게 둥글게 하는 것이 최고였습니다. 윗사람 수발 잘드는 처세의 달인이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회사에서는 발전을 위한 건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포기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3. 결론은 회사에 뼈를 묻는다.
그분들에게 내 할 말 다 하고 싶습니다다. 당신들의 잘못된 점을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용기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저에게 득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굳이 내가 총대를 멜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은 이 회사에 뼈를 묻어야 합니다.
회사 잘리면 이 정도 보수를 받는 곳에 취업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경력도 별로고 나이도 많은데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비겁한 변명을 글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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