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매력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즉 항상 이변이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했지만 결정적으로 축구를 보는 재미에 빠지게 된 내 인생 최고의 역대급 경기는 단연 유로2000 준결승 이탈리아vs네덜란드 전이었습니다.
경기전 예상은 화려한 공격진에 홈어드밴티지까지 가지고 있던 네덜란드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공격진은 클루이베르트(전성기시절), 베르캄프, 오베르마스, 젠덴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들 한번씩 들어봤을 것입니다. 게다가 수비까지 수비형미드 다비즈부터 스탐, 프랑크 데부르, 반브롱크호스트 등 수비까지 막강라인이었죠.
The best soccer match (Euro2000 Semi-final Italy vs Netherlands).
1. 네덜란드의 손쉬운 승리 예상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로 선수진은 화려했으나 네덜란드보다는 모자란 평이 많았습니다. 공격엔 인자기, 델피에로에 미들엔 디비아조, 알베르티니, 수비엔 잠브로타, 말디니, 카나바로, 율리아노, 네스타에 톨도 골키퍼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잠브로타, 카나바로, 네스타는 신인에 가까운 선수였습니다. 당시 아주 우연히 이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게 되었는데 저 또한 네덜란드의 승리를 예상하고 아무 생각없이 경기를 봤죠.
2. 공격축구와 수비축구의 모든 것!
경기는 역시 네덜란드의 무한공격, 이탈리아의 수비축구였습니다. 전반내내 온몸을 던지면서 네덜란드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이탈리아 선수들을 보고 어느새 이탈리아를 응원하면서 경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잠브로타의 경고누적 퇴장에 페널티킥까지 허용했지만 톨도의 완벽한 선방으로 무실점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승부차기까지 가기까지 네덜란드의 끝없는 공격과 이탈리아의 미친 듯한 수비 축구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경기는 0-0 무승부에서 승부차기에서 결과가 난 골이 나지 않은 경기였지만 골 빼고 축구의 모든 재미가 담긴 경기였습니다.
3. 드라마틱한 승부
언뜻 생각하면 한쪽은 공격 한쪽은 수비만 하는 축구가 뭐가 재미있을까 하겠지만 이 경기만큼은 그런 일반적인 지루한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네덜란드의 화려한 공격진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공격루트를 최대한 활용하고 결정적인 장면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슛팅을 이탈리아 수비진은 귀신같이 몸을 날려 막아냈죠. 이탈리아 또한 무작정 잠그기만 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잠브로타의 퇴장으로 수적인 열세 때문에 수비적으로 움츠린 건 사실이었지만 이탈리아 역시 기습적인 반격으로 결정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연장전에는 골키퍼와 1대1찬스까지 만들었습니다. 반데사르 선방이 없었으면 골든골로 이탈리아가 이길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정말 120분 내내 긴장을 놓힐수 없었습니다.
전반전 잠브로타의 퇴장, 전반전 페널티킥 실축, 후반전 미친 듯한 공격과 잠그기,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매서운 역습, 승부차기에서의 극적인 승부, 경기 내내 드라마틱한 흐름이 쉴새없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끌고 간 이탈리아의 승리가 결정되었을 땐 저도 모르게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4. 말디니, 네스타, 카나바로 전설의 시작
당시만 해도 신인이었던 네스타, 카나바로에 주장 말디니까지 이 세명이 왜 그렇게 최고의 수비수인지 이경기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온몸을 날려 슈팅을 막고 패스를 끊고 절묘한 태클에 아크로바틱한 클리어링, 공중볼 처리 등 수비축구가 재미있다는 것을 이경기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2006 독일 월드컵 이후로 이탈리아도 내리막을 걷고 있고 예전의 투혼과 열정이 지금의 이탈리아 선수에게는 보이지 않는 거 같아서 요즘은 이탈리아 축구에 대한 저의 열정도 식게 되었지만 아주리 축구의 부활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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